십자가의 성녀 데레사 베네딕타(St. Teresa Benedicta of the Cross), 에디트 슈타인, 에딧
축일 :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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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사진
작품 5
<십자가의 성녀 데레사 베네딕타와 아우슈비츠의 희생자>
작가: 알로이스 플룸(Alois Plum)
연대: 확인되지 않음
소장: 독일 카셀, 예수 성심 성당(Herz-Jesu-Kirche, Kassel)
기법·시대: 스테인드글라스, 현대 독일 가톨릭 종교미술
유형: 성인 순교 도상(가르멜 수도자·홀로코스트 희생자 도상)
성화특징
화면 중앙에는 십자가의 성녀 데레사 베네딕타가 갈색 가르멜회 수도복을 입고 서 있습니다. 한손은 펼쳐 들어 올리고 다른손에는 붉은 표지의 책을 품고 있으며, 가슴에는 노란색 다윗의 별이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책은 철학자이자 저술가였던 에디트 슈타인의 지적인 삶을, 다윗의 별은 유다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나치 박해의 역사를 나타냅니다.
성녀의 발아래에는 붉고 노란 불길이 강렬하게 솟아오릅니다. 이는 아우슈비츠에서의 죽음과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상징적으로 환기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꽃이 성녀를 집어삼키는 모습이라기보다 그 속에서도 성녀가 곧게 서 있는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어, 육체적 죽음과 신앙적 증언을 대조시키는 효과를 냅니다.
화면 오른쪽은 색채가 거의 사라진 회색과 검은색의 공간으로 급격히 전환됩니다. 그곳에는 극도로 야윈 수용자가 철조망 또는 수용소 시설을 연상시키는 구조물 곁에 쓰러질 듯 앉아 있습니다. 앙상한 몸과 움푹 팬 얼굴, 힘없이 기울어진 자세는 강제수용소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어 가는 참상을 매우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작품의 색채 대비도 두드러집니다. 성녀가 서 있는 부분에는 파랑·초록·갈색·붉은색과 불꽃의 주황색이 사용된 반면, 희생자가 있는 공간은 거의 무채색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이러한 대비는 살아 있는 신앙의 증언과 수용소의 죽음, 인간적 존엄과 그것을 말살하려 했던 폭력을 시각적으로 충돌시킵니다.
성화해설
알로이스 플룸은 전통적인 성인의 초상만을 제시하지 않고 십자가의 성녀 데레사 베네딕타를 홀로코스트의 역사 한가운데에 배치합니다. 성녀의 수도복과 다윗의 별, 책, 불꽃, 그리고 옆의 수용자가 각각 수도자·유다인·철학자·순교자라는 그녀의 생애와 아우슈비츠의 비극을 하나의 화면에 결합합니다.
특히 가슴의 다윗의 별은 이 작품의 중요한 상징입니다. 에디트 슈타인은 가톨릭 신자가 되고 가르멜 수녀가 된 뒤에도 유다인으로서의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수도복 위에 놓인 다윗의 별은 두 정체성을 대립시키기보다는, 유다인 에디트 슈타인과 가르멜 수녀 데레사 베네딕타가 한 사람임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성녀가 품고 있는 책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에디트 슈타인은 현상학을 연구한 철학자였으며, 수도원에 들어간 뒤에도 연구와 저술을 계속했습니다. 따라서 책은 단순히 학문을 상징하는 지물이 아니라 진리를 찾았던 철학자의 삶과, 그 탐구가 신앙과 봉헌으로 이어졌던 그녀의 생애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성녀 곁의 수용자는 특정 인물이라기보다 강제수용소에서 희생된 수많은 사람을 대표하는 형상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작품은 성녀만을 영웅적으로 부각하지 않고 이름조차 알 수 없는 희생자를 바로 옆에 놓음으로써, 그녀의 순교를 홀로코스트라는 더 큰 역사적 비극 안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성녀가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불길 속에서도 곧게 서서 한손을 펼친 성녀의 모습은 폭력에 굴복하는 장면이라기보다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과 신앙을 증언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 옆에서 색을 잃어가는 수용자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작품은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감추지 않는 동시에 그 참상 속에서도 파괴될 수 없었던 인간의 존엄과 신앙의 증언을 함께 기억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