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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사진
작품 5
<성 대 그레고리우스가 성녀 피나에게 죽음을 예고함(Announcement of Death to St Fina)>
작가: 도메니코 기를란다요(Domenico Ghirlandaio)
연대: 1473~1475년
소장: 이탈리아 산 지미냐노, 산타 마리아 아순타 참사회 성당 성녀 피나 경당(Collegiata di Santa Maria Assunta, Cappella di Santa Fina, San Gimignano)[1]
기법·시대: 프레스코,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유형: 성인 환시 장면(성 대 그레고리우스 1세의 발현과 죽음 예고)
성화특징
화면 아래에는 병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젊은 성녀 피나가 단단한 나무판 위에 누워 있습니다. 화려한 침대나 이불은 보이지 않고 얇은 판 위에 몸을 그대로 뉘고 있어, 오랜 병고를 감내했다는 성녀의 전승을 매우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머리의 금빛 후광만이 이 평범하고 병약한 소녀가 성녀임을 알려줍니다.
성녀 곁에는 두 여인이 앉아 그녀를 돌보고 있습니다. 피나는 한손을 들어 하늘에서 나타난 성 대 그레고리우스 1세를 바라보고 있으며, 교황관과 교황 제의를 갖춘 성인은 여러 천사에게 둘러싸인 채 축복하는 자세로 성녀에게 나타납니다. 이는 피나가 특별히 공경하던 성 대 그레고리우스가 환시 중에 나타나 자신의 축일에 하느님께서 그녀에게 안식을 주실 것이라고 알려주었다는 전승을 묘사한 것입니다.[1]
방 안의 표현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긴 나무 탁자 위에는 금속 접시와 유리병, 접시 위의 과일이 놓여 있고, 벽에는 라틴어 문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창문 너머로는 산 지미냐노 주변의 언덕과 건물이 보이며, 종교적 환시가 초현실적인 공간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던 평범한 실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처럼 표현되어 있습니다.
벽면의 라틴어 글귀는 “SVRGITE ET ORATE NE / IN TEMPTATIONEM VOCES / PROCENT SPIRITVS PRONE / CARNEM AVTEM INFIRMAM”으로 보이며, 복음서의 “깨어 기도하여라.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여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약하다.”라는 말씀을 나타냅니다(마태 26,41 참조).[2] 육체적으로 극심한 병고를 겪으면서도 기도와 신앙을 지켰던 피나의 삶과 직접 연결되는 성경 구절입니다.
화면 위쪽 반원형 공간에는 구름 위의 두 천사가 가운데의 인물을 받들고 있는 별도의 천상 장면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아래쪽의 소박하고 현실적인 병실과 위쪽의 화려한 천상 공간이 수직으로 대비되면서, 피나의 육체적 고통과 그 너머의 하느님 나라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연결하고 있습니다.
성화해설
이 작품은 도메니코 기를란다요가 산 지미냐노의 성녀 피나 경당에 그린 두 점의 대표적인 프레스코 가운데 하나입니다. 맞은편의 <성녀 피나의 장례>가 선종 이후 장례와 기적을 보여준다면, 이 작품은 그에 앞서 성 대 그레고리우스 1세가 병상의 피나에게 나타나 죽음을 예고하는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1]
전승에 따르면 성 대 그레고리우스는 피나에게 “사랑하는 딸아, 나의 축일에 하느님께서 너에게 안식을 주시리라”고 알렸고, 피나는 당시 성 대 그레고리우스의 축일이었던 1253년 3월 12일에 선종했습니다. 따라서 이 장면에서 죽음은 두려운 파국이라기보다 오랜 고통에서 벗어나 하느님 안에서 안식을 얻게 된다는 약속으로 표현됩니다.[1]
기를란다요는 이러한 초자연적 사건을 매우 구체적인 일상의 공간 속에 배치했습니다. 나무 탁자와 접시, 투명한 유리병, 과일, 의자, 작은 창문 등은 15세기 토스카나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묘사는 성인의 이야기를 먼 과거의 전설로 남겨두지 않고, 당시 산 지미냐노 사람들이 살아가던 현실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사건처럼 느끼게 합니다.
특히 피나가 누워 있는 나무판은 이 작품의 중요한 상징입니다. 오랜 병으로 움직이지 못했던 그녀가 편안한 침대 대신 나무판 위에서 고통을 견뎠다는 전승을 기를란다요는 화면 전면에 길게 배치하여 강조했습니다. 성녀의 육체는 화면에서 가장 낮은 곳에 수평으로 누워 있지만, 그녀의 시선은 위에서 내려오는 성 대 그레고리우스를 향합니다. 이러한 수평과 수직의 대비는 쇠약해진 육체와 하느님을 향한 정신을 시각적으로 연결합니다.
벽에 적힌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약하다”라는 복음 말씀은 이 성화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가 됩니다. 병으로 육체는 극도로 쇠약해졌지만 신앙과 기도는 꺾이지 않았던 피나의 생애가 이 짧은 성경 구절과 겹쳐집니다. 기를란다요는 고통 자체를 극적으로 과장하기보다, 고통 한가운데에서도 하느님을 바라보는 한 젊은 성녀의 평온한 모습을 통해 피나의 성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링크]
[1] Web Gallery of Art - Announcement of Death to St Fina
https://www.wga.hu/html_m/g/ghirland/domenico/2s_fina/1announce.html
[2]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성경 - 마태오 복음서 26장
https://bible.cbck.or.kr/Knb/Mt/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