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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사진
작품 4
<성녀 피나의 장례(Obsequies of St Fina)>
작가: 도메니코 기를란다요(Domenico Ghirlandaio)
연대: 1473~1475년
소장: 이탈리아 산 지미냐노, 산타 마리아 아순타 참사회 성당 성녀 피나 경당(Collegiata di Santa Maria Assunta, Cappella di Santa Fina, San Gimignano)[1]
기법·시대: 프레스코,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유형: 성인 장례 장면(사후 기적·지역 수호성인 도상)
성화특징
화면 중앙에는 선종한 성녀 피나가 화려한 천과 베개가 놓인 장례대 위에 평온하게 누워 있습니다. 성녀의 머리에는 금빛 후광이 둘러져 있고, 주위에는 주교와 성직자, 복사, 여성과 어린이, 산 지미냐노 시민들이 모여 장례 의식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검고 짙은 청록색의 장례천에는 금빛 꽃무늬가 반복되어, 화면 중앙의 성녀를 장엄하게 부각합니다.[2]
성녀의 몸 주변에서는 장례와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전해지는 기적들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성녀의 머리 가까이 무릎을 꿇은 여인은 오랫동안 피나를 간호했던 벨디아(Beldia)로, 마비되었던 팔이 죽은 성녀의 손에 닿으면서 치유되는 순간입니다. 발치에서 성녀의 발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있는 소년은 눈먼 아이로, 성녀의 발에 눈을 대어 시력을 되찾았다는 기적을 나타냅니다.[2]
배경은 고전적인 기둥과 코린트식 주두, 반원형 후진과 제단으로 구성된 웅장한 르네상스식 성당 내부입니다. 화면의 원근법은 중앙 제단의 십자가를 향하도록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실제 장례 장면을 목격하는 듯한 공간감을 만들어 냅니다. 좌우로 열린 공간 너머에는 산 지미냐노의 탑들이 보여 사건이 일어난 장소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2]
특히 배경 한쪽에는 천사가 나타나 종을 울리는 또 하나의 기적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피나가 선종하자 사람이 손대지 않았는데도 산 지미냐노의 종들이 울렸다는 전승을 시각화한 것으로, 화면에는 장례와 치유의 기적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성녀의 죽음을 알리는 사건까지 함께 담겨 있습니다.[2]
성화해설
이 작품은 도메니코 기를란다요가 성녀 피나 경당에 제작한 두 개의 중요한 프레스코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른 벽의 <성 대 그레고리우스가 성녀 피나에게 죽음을 예고함>이 병상에 있는 피나의 마지막 시간을 보여준다면, 이 작품은 선종 이후의 장례와 그 자리에서 일어난 기적들을 한 장면에 담고 있습니다. 이 두 작품은 기를란다요의 초기 경력을 대표하는 중요한 대작으로 평가됩니다.[1]
기를란다요는 단순히 장례식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화면 안에 여러 시간에 걸친 기적을 함께 배치했습니다. 성녀의 손에서는 벨디아의 마비가 치유되고, 발에서는 눈먼 소년이 시력을 되찾으며, 도시에서는 천사가 종을 울립니다. 죽어 누워 있는 성녀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주변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그녀의 성덕이 드러나는 독특한 구성을 이루고 있습니다.[2]
장례대 위의 피나가 생전에 사용했던 단단한 나무판이 아니라 화려한 천과 베개 위에 누워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오랜 병고 속에서 가난하고 고통스럽게 살았던 생전의 모습과 달리, 장례에서는 아름다운 직물과 많은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기를란다요는 이러한 대비를 통해 세속적으로는 보잘것없었던 한 소녀가 죽음 이후 도시 공동체가 공경하는 성녀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장엄하게 표현합니다.[2]
미술사적으로도 이 작품은 기를란다요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입니다. 고전 건축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원근법, 밝고 맑은 공간, 여러 인물의 서로 다른 표정과 몸짓, 당시 산 지미냐노 시민을 연상시키는 현실적인 인물 표현은 이후 그의 대규모 프레스코에서 더욱 발전하게 됩니다. 특히 이 장례 장면의 구성에는 프라 필리포 리피(Fra Filippo Lippi)가 프라토 대성당에 그린 <성 스테파노의 장례>의 영향이 지적됩니다.[1][2]
무엇보다 이 성화에서 피나는 죽음으로 사라지는 인물이 아니라 공동체의 중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시선과 몸짓은 모두 누워 있는 작은 성녀에게 모이고, 그녀의 손과 발에서는 치유가 일어나며, 멀리 도시의 종까지 울립니다. 기를란다요는 이를 통해 한 사람의 고통스러운 삶과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그를 기억하고 공경하는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희망과 위로의 표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링크]
[1] Web Gallery of Art - The Stories of St Fina at San Gimignano
https://www.wga.hu/html/g/ghirland/domenico/2s_fina/
[2] Web Gallery of Art - Obsequies of St Fina
https://www.wga.hu/html_m/g/ghirland/domenico/2s_fina/2obsequ.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