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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사진
작품 2
<로마의 성 크리산토 순교자>
작가: 미상(현대 동방교회 이콘 양식)
연대: 현대
소장: 미상
기법·시대: 이콘화, 비잔틴 전통을 계승한 현대 성화
유형: 순교 성인 단독 초상 이콘
성화특징
화면 중앙에는 성 크리산토가 정면을 바라보는 젊은 순교자의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얼굴 주위를 둘러싼 가느다란 원형 후광과 화면 전체를 채운 황금빛 배경은 성인이 지상의 삶을 마치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성인은 푸른색 옷 위에 짙은 녹색과 적갈색이 어우러진 망토를 걸치고 있으며, 목과 가슴 부분에는 보석을 연상시키는 장식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화려한 복식은 전승에서 크리산토가 알렉산드리아의 부유한 귀족 가문 출신이었다고 전하는 내용을 떠올리게 하며, 동시에 순교 성인의 존귀함을 강조합니다.
한손에 들고 있는 십자가는 그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때문에 죽음을 받아들인 순교자임을 가장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표지입니다. 종려나무 가지 대신 십자가 하나만을 강조함으로써 그의 신앙 고백과 순교라는 핵심적인 의미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성인의 머리 양쪽에는 그리스어로 성인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오른쪽의 ‘ΧΡΥCΑΝΘ…’는 그리스어 Χρύσανθος(크리산토)를 나타내며, 왼쪽의 글자는 성인을 뜻하는 Ὁ Ἅγιος(거룩한 이, 성인)의 축약 표기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 명문은 ‘Ὁ Ἅγιος Χρύσανθος’, 곧 ‘성 크리산토’라는 뜻입니다.
성화해설
이 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기보다는 성 크리산토의 영적인 모습을 정면 초상으로 제시하는 동방교회 이콘의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황금빛 배경에는 구체적인 장소나 풍경이 전혀 묘사되지 않았는데, 이는 성인을 특정한 역사적 공간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하느님의 영원한 빛 안에 있는 존재로 나타내기 위한 이콘 특유의 표현입니다.
성 크리산토는 3세기 로마에서 성녀 다리아와 함께 공경받아 온 초기 교회의 순교자입니다. 전승에 따르면 그는 알렉산드리아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뛰어난 교육을 받았으나, 당시 사회의 사치와 방탕한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성경과 그리스도교 교리를 접한 뒤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 다리아를 그리스도교로 이끌었으며, 두 사람은 함께 신앙을 전하다가 박해를 받아 순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성인이 가슴 앞에 세워 든 십자가는 이 작품의 중심적인 상징입니다. 무기나 세속적 권위를 나타내는 물건 대신 작은 십자가를 들게 함으로써, 크리산토의 진정한 힘이 귀족적 신분이나 학문적 지식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젊고 침착한 얼굴에는 순교의 고통이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콘은 순교의 비극적인 순간보다 그것을 넘어선 영원한 생명과 승리를 보여주며, 성 크리산토를 박해의 희생자가 아니라 자신의 신앙을 끝까지 지켜낸 승리자로 바라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