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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사진
작품 2
<성녀 루피나(Santa Rufina)>
작가: 후안 시몬 구티에레스(Juan Simón Gutiérrez)
연대: 17세기 후반경
소장: 개인 소장(Private Collection)
기법·시대: 유채, 캔버스, 스페인 바로크
유형: 성인 단독 초상(동정 순교자 도상)
성화특징
성녀 루피나는 화면 중앙에 젊고 기품 있는 여성의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정면 가까이 시선을 향한 얼굴에는 순교의 고통이나 격렬한 감정보다는 차분함과 평온함이 강조되어 있으며, 머리 뒤로 묶은 붉은 장식과 길게 늘어진 귀걸이는 성녀를 당시 세비야에서 볼 수 있었던 젊은 여성처럼 친근하게 표현합니다.
한손에는 길고 가느다란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이는 박해와 죽음을 넘어 신앙을 지킨 순교자의 승리를 뜻하는 전통적인 상징입니다. 다른손은 아래쪽의 도자기 항아리 위에 자연스럽게 놓여 있으며, 가슴 앞에도 손잡이가 달린 도자기 항아리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여러 개의 도자기를 의도적으로 강조한 것은 도자기를 만들어 판매했던 성녀 루피나의 생업과 순교 전승을 직접적으로 나타냅니다.
짙은 청색 의복 위에는 밝은 흰색 천이 어깨를 감싸고 있으며, 화면 한쪽을 크게 차지하는 선명한 붉은 외투가 강한 색채적 대비를 이룹니다. 청색·흰색·붉은색의 조화와 부드럽게 모델링된 얼굴과 손은 화면에 우아함을 부여하고, 회갈색의 단순한 배경은 인물과 종려나무 가지, 도자기에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특히 성녀가 도자기를 단순히 들고 있는 데 그치지 않고 손가락으로 항아리를 가리키는 듯한 동작이 눈에 띕니다. 이를 통해 화가는 도자기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이 인물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핵심적인 표지임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성화해설
후안 시몬 구티에레스는 17세기 세비야 화단에서 활동했으며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화가입니다. 실제로 이 작품 역시 과거 한동안 ‘무리요 공방’의 작품으로 분류되었을 정도로 부드러운 얼굴 표현과 온화한 분위기에서 무리요 계열의 특징이 뚜렷합니다. 현재의 연구에서는 구티에레스의 작품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원래 성녀 유스타를 그린 짝 작품과 한 쌍을 이루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Sothebys.com][1])
두 자매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도상은 도자기입니다. 루피나와 유스타는 세비야에서 도자기를 만들어 판매했으며, 이교 축제의 우상숭배에 사용할 그릇의 제작과 판매를 거부함으로써 박해를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따라서 화면의 항아리들은 단순히 두 성녀의 직업을 알려주는 물건이 아니라, 일상의 생업에서도 신앙과 양심을 타협하지 않았던 선택을 상징합니다.
화가는 잔혹했던 순교 자체를 묘사하지 않고 종려나무 가지를 통해 그 결과만을 조용히 암시합니다. 한편 성녀의 손 가까이에 여러 도자기를 집중적으로 배치함으로써 ‘평범한 노동의 삶’과 ‘순교자의 영광’을 하나의 화면 안에서 연결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루피나의 성덕이 특별한 기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양심적인 선택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이 작품은 앞서 살펴본 무리요의 <성녀 루피나>와 도상적으로 매우 밀접합니다. 젊은 세비야 여성과 같은 모습, 종려나무 가지와 도자기, 화려하지만 자연스러운 의복이라는 기본 구조를 공유하면서도, 구티에레스는 도자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면에 배치하여 성녀의 정체성을 강조합니다. 결국 종려나무 가지가 ‘순교의 승리’를 말한다면 도자기는 ‘그 승리에 이르게 한 일상의 신앙’을 말하며, 이 두 상징이 성녀 루피나의 삶 전체를 압축하여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https://www.sothebys.com/en/buy/auction/2020/old-master-paintings-day-sale/santa-rufina?utm_source=chatgpt.com "Juan Simón Gutiérrez | Santa Rufina | Old Masters Day Sale | 2020 |"